결국 3주를 대기해서 사주를 보고 왔는데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결국 3주를 대기해서 사주를 보고 왔는데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매일 아침 휴대폰으로 띠별 운세를 들여다보던 습관

요새 자꾸 일이 안 풀리고 꼬이는 느낌이 들어서 아침에 눈을 뜨면 나도 모르게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오늘의 운세를 검색해보는 게 일과가 되었다. 내가 원숭이띠인데, 어느 날은 운세창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기”라거나 “마음만 앞서가면 실수한다” 같은 뻔한 이야기만 적혀 있는 걸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건 사실 누구에게나 해당할 수 있는 일상적인 조언 아닌가 싶으면서도, 막상 하루 일과가 안 좋게 흘러갈 때는 그 짧은 몇 줄에도 하루 종일 신경이 쓰였다. 스마트폰 화면을 슥슥 내리면서 오늘은 행동을 조심해야지 결심하다가도, 퇴근할 때 즈음 돌아보면 운세에 적혀 있던 경고 같은 건 까맣게 잊고 지내기 일쑤였다. 결국 이런 단편적인 정보로는 내 답답함이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내 상황에 맞는 운세상담을 받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도 그 무렵이었다.

무료 사이트와 만 원짜리 채팅타로가 주던 애매한 답변들

처음에는 굳이 큰돈을 쓰고 싶지 않아서 인터넷에 떠도는 무료신년운세 사이트에 들어가 내 생년월일을 넣고 만세력을 돌려보기도 했다. 그런데 한자도 너무 많고 해석도 사이트마다 제각각이라 도통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밤늦게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비대면 채팅타로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가격은 15분에 1만 원 정도로 나름 저렴한 편이었는데, 질문을 하나 던지면 상담사가 카드를 뽑는 시간이라며 3분 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오는 답변이 늘 비슷했다. “조금 더 기다려보라”든가 “상대방의 마음이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조언뿐이었다. 타자 속도가 느린 상담사를 만나면 질문 몇 개 하지도 못했는데 제한 시간 15분이 그냥 훅 지나가 버려 오히려 돈만 날린 것 같고 짜증이 났다. 대화창을 닫고 나니 텍스트로 오가는 조언들이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냥 대충 적어 보내는 기계적인 답변 같다는 의심만 남았다.

입소문으로 들었던 부산점집과 고든역학연구소 사이에서의 고민

결국 제대로 된 대면 상담을 받아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친구들이 추천해준 부산점집 몇 군데를 수소문해 봤는데, 방울 소리가 나고 신장이 모셔진 신당은 왠지 모르게 무섭고 거부감이 들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기가 약한 편이라 신점보다는 조금 더 논리적으로 내 사주를 풀어주는 철학관이나 역학원 쪽이 낫겠다 싶었다. 그러다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알게 된 곳이 고든역학연구소였다. 인터넷 광고 글이 아니라 진짜 자기 돈 내고 다녀온 사람들이 남긴 후기들이 몇 개 눈에 띄었다. 신점처럼 귀신같이 내 과거사를 다 맞히는 건 아니지만, 태어난 생년월일시를 기반으로 인생의 흐름을 짚어준다는 점이 나에게는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가격은 5만 원으로 온라인 채팅타로에 비하면 꽤 비쌌지만, 한 번쯤 내 인생의 큰 흐름을 확인해본다는 셈 치고 예약을 잡기로 했다.

3주를 기다려 찾아간 동래역 골목길의 역학 상담실

전화를 해보니 예약이 꽤 밀려 있어서 바로는 예약이 안 되고 3주 뒤에나 자리가 난다고 했다. 시간이 꽤 지나서 예약을 잊어버릴 만할 때쯤 전날 안내 문자가 왔다. 부산 지하철 동래역에서 내려서 걸어서 한 5분 정도 걸리는 골목길 상가 2층에 있었는데, 간판이 너무 작아서 지도를 켜고도 한참을 주변에서 두리번거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했던 어둡고 엄숙한 분위기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동네 사무실 같은 느낌이어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책장에는 한자가 가득 적힌 낡은 역학 책들이 가득 꽂혀 있었고, 상담을 해주는 원장님도 그냥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었다. 자리에 앉아 내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태어난 시간을 말씀드리자 원장님은 책장을 넘기고 컴퓨터 화면을 번갈아 보며 사주 용지에 복잡한 글자들을 적기 시작했다. 그 고요한 시간 동안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생각보다 건조하게 흘러간 40분간의 사주 풀이

상담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로 정해져 있었는데, 이야기의 시작은 내 성향에 대한 것이었다. “쓸데없는 걱정이 많고 혼자 삭히는 성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속으로 ‘누구나 다 그런 거 아닌가’ 싶었지만, 내 성격 때문에 작년에 회사에서 겪었던 갈등 상황을 어렴풋이 짚어낼 때는 조금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대단한 해결책이나 족집게 같은 예언은 없었다. 언제 돈을 많이 벌고 언제 인생이 풀리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보다는, 30대 중반까지는 크게 욕심내지 말고 지금 하는 일을 묵묵히 버텨내야 한다는 식의 아주 평범하고 건조한 조언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지금 직장을 옮기면 어떨까요?” 하고 물었을 때도, 올해는 이동수가 나쁘진 않지만 옮겨봤자 지금 처지와 큰 차이가 없을 거라고 덤덤하게 말해주는데 솔직히 조금 김이 빠졌다. 엄청난 비책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너무 현실적인 얘기만 들으니 맥이 풀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밀려온 묘한 미련과 의문

상담비 5만 원을 내고 40분 만에 나와 다시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아주 속이 시원해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이 완전히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였다. 사주에서 말한 대로 그냥 버티는 게 정답인지, 아니면 그냥 내 직감대로 이직을 준비해야 하는지 머릿속은 오히려 가기 전보다 더 복잡해졌다. 결국 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은 남이 대신 해줄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만 다시금 깨달은 셈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내가 조심해야 할 시기가 언제인지 대략적인 이정표 하나를 얻었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조금 가벼워진 것도 같았다. 하지만 다음에 또 이렇게 답답한 일이 생겼을 때 내가 다시 예약을 잡고 3주를 기다려 이곳을 찾아올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냥 가끔 인생이 안 풀릴 때 찾아보는 일회성 위안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전히 마음이 개운치 않다.

댓글 2
  • 한자 해석은 정말 어렵네요. 저는 타로 카드 대신 유튜브에서 명상 영상을 찾아보는데 훨씬 도움이 되더라고요.

  • 사이트마다 해석이 달라서 정말 답답하더라구요. 제가 운세 보는 방식 자체에 좀 의문이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