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주 보러 갔다가 묘한 기분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사주 보러 갔다가 묘한 기분으로 돌아왔다

어제는 퇴근길에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언제쯤 누군가와 함께 살게 될까. 친구들은 하나둘씩 결혼 소식을 전하고,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웨딩 사진이 가득한데 나만 제자리에 멈춰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거창한 건 아니었고, 그냥 정말 궁금해서 회사 근처에 있는 작은 사주 카페에 들어갔다. 예약도 안 하고 그냥 무작정 간 거라 20분 정도 대기했다. 가격은 5만 원 정도였는데, 생각보다 복비가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차라리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상담 비용이라고 치면 오히려 저렴한 것 같기도 했다.

낡은 카페 안에서 들었던 말들

들어가자마자 느껴진 건 향 냄새와 좁은 공간 특유의 답답함이었다. 사주를 봐주시는 분은 나이가 좀 지긋하신 분이었는데, 내 생년월일시를 묻더니 종이에 무언가를 빠르게 적어 내려갔다. 사실 나는 사주를 전적으로 믿는 편은 아니다. 그냥 좋은 소리 들으면 기분이 좀 풀리고, 나쁜 소리 들으면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정도다. 그런데 막상 ‘결혼운’을 물어보니까 사람이 참 간사하게도 귀가 팔랑거리는 거다. 내 사주에 인연이 끊겼다거나, 혹은 결혼이 안 보인다는 식의 말을 들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갑자기 확 밀려왔다. TV에서 보던 연예인들이 울먹이면서 결혼운을 묻던 장면들이 왜 그렇게 이해가 가던지. 나도 결국 그런 평범한 사람일 뿐인 거다.

너무 구체적이라 오히려 당황스러운 미래

내 사주를 보시던 분은 36살이나 37살쯤이 딱 좋다는 말씀을 하셨다. 구체적으로 나이까지 짚어주시니 마음이 한편으론 놓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묘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연상인데 동생 같은 느낌’이라는 말도 덧붙이셨는데, 사실 그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인지, 아니면 정말 내 사주에 그런 기운이 담겨 있는 건지.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사람의 말투나 인상보다는, 내 미래를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어 했던 내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혼자 남겨진 밤에 드는 생각

집에 와서 불을 끄고 누우니 아까 들었던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결혼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사람과 하게 될지, 지금보다 나이가 들면 내 모습은 어떻게 변해있을지. 사실 정답은 없는 질문들이다. 요즘은 나라는 사람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야 나답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주를 본 게 뭐 대단한 해결책이 된 건 아니다. 그저 5만 원을 내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잠시 미뤄둔 것뿐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그날 저녁의 적막함을 견디기 어려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적어주신 종이를 다시 봤다. 종이에는 알 수 없는 한자들이 적혀 있는데, 봐도 봐도 모르겠다. 그냥 서랍 한구석에 넣어두었다. 이게 정말 내 운명이라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내 손으로 내 삶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찝찝한 마음이 남는다. 36살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그때까진 그냥 지금처럼 사는 게 맞겠지. 가끔은 결혼운 같은 걸 묻지 않고 그냥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어제 사주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멍하니 앉아 있었던 시간만큼은 왠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댓글 2
  • 어제 종이 읽고 나서 그런 생각 많이 드셨을 것 같아요. 저도 가끔 비슷한 느낌 받을 때가 있거든요.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제가 물어본 운세에서 '결혼'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좀 어색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