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을 여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들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냥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원래는 뉴스나 메신저를 확인하는 게 순서였는데, 언젠가부터 별자리 운세를 보는 앱을 먼저 켜게 됐다. 특히 처녀자리인 내 운세가 오늘은 어떤지 확인하는 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 같은 게 되어버렸다. 어제는 ‘괜히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는 식의 문구가 떴길래 진짜로 약속을 취소하고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직행했다. 사실 그날 저녁에 별일 없었으면 억울할 뻔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괜히 안도했다. 이런 게 뭐라고,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
5천 원짜리 타로 점과 인터넷의 괴리
한번은 부산 출장을 갔다가 유명하다는 곳 근처를 지나게 됐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호기심이 생겨서 슥 들어가 봤는데, 인터넷 무료 타로 점이랑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더라. 카드를 뽑는 손길부터가 일단 진지하다. 그때 비용이 아마 5천 원이었나, 만 원이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무튼 생각보다 저렴했다. 그런데 막상 결과를 듣고 나니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너무 현실적인 조언만 늘어놓으셔서 ‘이게 내가 원하던 위로인가’ 싶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보는 ‘당신은 오늘 행운이 따릅니다’ 같은 말들이 훨씬 달콤하긴 하다. 적어도 그건 내 기분을 망치지는 않으니까.
57년생 닭띠인 우리 어머니의 지론
엄마는 57년생 닭띠다. 엄마는 나보다 훨씬 운세 같은 거에 진심이다. 어제는 통화를 하는데 내 처녀자리 운세는 안 물어보시고 당신 닭띠 운세가 이번 주에 어떠냐며 신이 나서 물어보시더라. ‘금전운이 좋아진다고 했으니 무리하지 말고 가만히 계시라’고 농담을 던졌더니, 그게 다 헛소리가 아니라고 펄쩍 뛰신다. 엄마 말씀을 들어보면 어떤 무당은 미래를 그렇게 잘 맞춘다는데,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엄마가 그런 걸 믿으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으신다면 그걸로 된 건가 싶기도 하고. 때로는 나도 그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서 옆에서 같이 사주풀이 앱을 들여다보곤 한다.
이달의 운세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
이달의 운세라고 하면 보통 뭉뚱그려서 좋은 말이 많다. ‘재물운이 상승하니 사람을 위한 지출을 조절하라’거나 ‘건강을 위해 휴식을 취하라’는 식의 말들. 솔직히 말하면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사람을 위해 돈을 덜 쓰고 휴식을 취하면 당연히 좋은 거 아닌가. 그런데도 왜 우리는 이런 걸 매달 찾아보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무언가 결정하기 힘들 때, 내가 내린 판단이 맞다는 확신을 외부에서 찾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가끔은 ‘황금빛 액세서리를 몸에 지니면 좋다’ 같은 터무니없는 팁을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래도 출근길에 가방 안에 금색 열쇠고리라도 하나 들어있나 확인하게 된다.
굳이 따져보자면 20분 정도의 시간 낭비
결국 별자리나 사주를 보는 건 하루에 짧으면 5분, 길어야 20분 정도 투자하는 일이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멍하니 있을 시간에 보는 거니까 크게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데 이게 쌓이고 쌓이면 나도 모르게 ‘오늘 운세가 좋았으니까 일이 잘 풀리겠지’라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반대로 운세가 별로라는 날에는 괜히 실수할까 봐 몸을 사리게 되고. 참 웃긴 일이다. 사실 세상일이 그렇게 내 별자리랑 상관이 있을 리 없는데 말이다. 그래도 내일 아침이 되면 또 습관적으로 별자리 앱을 켜고 있겠지. 당장 내일은 또 뭐라고 적혀 있을지 내심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처녀자리 운세가 집에만 있으라길을 당장 따르니 비가 와서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다니,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네요.
밤하늘을 보지 않고도 별자리 운세를 보는 게, 마치 작은 세계를 틈새로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솔직히 저도 그런 대로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는 연습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요즘 계속 태풍 운세를 보게 되네요. 제 개인적인 경험상, 운세는 그냥 재미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