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이 불안해서 사주를 찾아보다
요즘 들어 밤만 되면 습관처럼 인터넷 사주 사이트를 기웃거린다. 예전에는 이런 걸 보면 그냥 웃어넘기거나 ‘오늘의 운세’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시험 준비를 하면서 막막함이 커지다 보니 뭐라도 붙잡고 싶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어제도 새벽 2시가 넘어서 화면을 보며 내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입력하고 있었다. 무려 5만 원이나 하는 프리미엄 사주 풀이를 결제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무료 운세 사이트 몇 곳을 옮겨 다니며 대충 훑어보는 것으로 타협했다. 사주라는 게 참 묘한 게, 좋게 나오면 기분이 좋고 나쁘게 나오면 괜히 하루 종일 찝찝하다. 어차피 다 데이터 기반의 프로그램일 텐데, 왜 나는 그걸 보며 위안을 얻고 또 불안해하는 걸까.
똥 꿈을 꾸고 나서 했던 행동들
며칠 전에는 정말 희한한 꿈을 꿨다. 아주 리얼하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꿈이었는데, 깨고 나서 친구한테 물어보니 ‘똥 꿈’은 무조건 길몽이라며 로또라도 사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부추겼다. 그 말에 홀려서 근처 편의점에 가서 로또를 5천 원어치 샀다. 결과는 당연히 꽝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뭔가 큰 행운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두근거렸다. 꿈 해몽을 검색해보니 ‘재물운’이라느니 ‘좋은 소식’이라느니 하는 말이 많았는데, 현실에서는 그저 늦잠을 자서 지각할 뻔했다는 사실만 남았다. 꿈 해몽 사이트마다 해석이 제각각이라 어디는 대박이라고 하고 어디는 구설수를 조심하라고 하니, 나중에는 그냥 해석하는 사람 마음 아닌가 싶어서 맥이 탁 풀리기도 했다.
예전에 찾아갔던 철학관의 기억
생각해보면 몇 년 전, 친구 손에 이끌려 유명하다는 철학관에 갔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취업 문제로 정말 고민이 많았을 때인데, 그 철학관 아저씨는 내 얼굴을 보더니 대뜸 ‘공부 쪽은 아닌 것 같은데’라고 해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니, 나는 그때 법학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비용은 당시 3만 원이었나, 5만 원이었나 가물가물하다. 30분 정도 상담을 받았는데, 구체적인 해결책보다는 ‘기다리면 된다’는 말만 반복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 말이 참 따뜻하게 들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나 싶다. 그 철학관은 예약을 안 하면 2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기다림 자체가 사람을 더 간절하게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무료 타로점과 신점 사이의 괴리
인터넷으로 하는 무료 타로점은 더 가관이다. 카드를 몇 번 클릭하면 ‘귀인’이 나타난다느니 ‘금전운이 들어온다’느니 하는 문구가 뜨는데, 솔직히 이건 심리 테스트보다 못할 때가 많다. 한 번은 궁금해서 소위 말하는 용한 신점집 번호를 찾아보기도 했다. 유튜브 영상에 댓글이 수천 개씩 달린 곳이었는데, 전화 상담 비용이 무려 10분에 3만 원이 넘었다. 상담을 받기 전까지 내 고민을 털어놓는 과정 자체가 이미 지쳐버려서 결국 전화를 걸지는 않았다. 전화를 걸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다 보면, 내가 정말 듣고 싶은 건 미래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지금 내 상황이 아주 잘못된 건 아니라는 위로가 아니었을까.
합격운을 확인하고 싶었던 밤
결국 어제도 ‘합격운’이라는 키워드를 검색창에 넣었다가 다시 지웠다. 사주 사이트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올해 상반기에는 문서운이 강하니 기대를 걸어봐도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내 현실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조차 괴로운 나날이다. 운세가 좋다고 하면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닐 텐데, 자꾸만 운에 내 인생을 기대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게 스스로도 조금 한심하다. 사실 사주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보다는, 내가 내 인생을 직접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습관처럼 사주 앱을 켰다가,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화면을 보며 그냥 휴대폰을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