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정말 이상한 밤이었다. 새벽 2시가 넘었는데 잠은 안 오고, 휴대폰을 뒤적거리다 보니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운세 앱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몇 년 전 광명 쪽 어디 철학관에 갔다가 ‘내년에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1년 내내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 뒤로는 발길을 끊었었다. 그런데 희한하게 어제는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누가 대신 답 좀 내려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더라. 고민 끝에 신점 전화 상담이라는 걸 처음 눌러봤다.
1분당 돈이 빠져나가는 긴장감
앱을 켜니까 분당 요금이 꽤 촘촘하게 책정되어 있었다. 대충 기억하기로 1분에 2천 원에서 3천 원 사이였나. 10분만 통화해도 치킨 한 마리 값이 훌쩍 넘는 구조다. 전화를 연결하려고 버튼을 누르는데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솔직히 말하면 돈 아까운 것보다도 ‘이상한 소리 들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더 컸다. 막상 연결음이 들리니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끊을까 고민도 했지만, 이미 신호는 가고 있었고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매한 대답에 더 혼란스러워진 오후
상담사분이 처음엔 내 생년월일시를 묻더니 몇 마디를 툭 던졌다. 인간관계가 작년 말부터 꼬였을 거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네, 맞아요’라고 대답해버렸다. 사실 그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도, 그 짧은 한마디에 왠지 마음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연애운을 물어보니 사람을 만나는 게 좋긴 한데 조심해야 한다고 하더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구체적으로 누군가와 비교해서 설명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히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려고 돈을 낸 건데 상담이 끝나고 나서 더 궁금증만 남은 건 왜일까.
남는 건 결제 내역과 찝찝함뿐
통화 시간은 딱 12분 정도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체감은 1시간 같았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나니 방 안이 다시 고요해졌는데, 그때부터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위로를 받으려 했을까. 상담받기 전보다 오히려 지금 상황을 더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이름이나 생일만 대면 다 안다는 식의 그 확신에 찬 목소리가 때로는 무섭고 때로는 야속하다. 어쩌면 그 사람들도 그냥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는 서비스직인 건데,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걸까.
그래도 가끔은 기댈 곳이 필요한 모양이다
결국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지난밤 통화 내역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으면서도, 또 밤이 깊어지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면 다시 전화번호를 뒤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답을 찾으려고 시작한 일이 오히려 스스로를 더 깊은 고민 속으로 밀어 넣은 꼴이다. 예언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 12분 동안은 무언가에 매달리고 싶었던 내 마음이 솔직히 조금 안쓰럽다. 다음에는 이런 식으로 돈 쓰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글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단단해지지 않나 보다. 오늘 밤은 제발 별생각 없이 잠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