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두 시, 화면 속 번호를 누르기까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어제 새벽 두 시쯤이었나, 폰을 붙들고 멍하니 있다가 결국 전화 운세 상담 앱을 켰다. 이게 참 웃긴 게, 평소라면 ‘무슨 이런 걸 믿어’ 하면서 넘겼을 텐데 이상하게 어제는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 일도 그렇고, 요즘 사람 관계라는 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잠이 오질 않더라. 그래서 충전해둔 3만 원 남짓한 포인트를 털어서 익명으로 상담을 연결했다. 사실 뭐 대단한 비밀을 듣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저 누군가 내 지금 상황을 알고 있다는 듯이 한마디만 툭 던져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직업과 미래에 대한 모호한 대답들
상담사분은 나름 차분한 목소리였는데, 대뜸 올해가 ‘변곡점’이라더라. 다들 하는 말 아닌가. 용띠라서 올해 운세가 나쁘지 않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지 물었더니 사주에 역마 기운이 있어서 움직여야 풀린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두거나 이사를 할 처지도 아니거든. 육효 점을 봐주겠다는 말에 한참을 대기했는데, 막상 결과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뻔한 답변이었다. 사실 듣고 나서도 ‘기다리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더 알쏭달쏭해졌다. 10분 정도 통화했는데 요금이 꽤나 훅 빠져나가는 걸 보고 정신이 조금 들더라.
짝사랑인지 고민인지 구분이 안 되는 마음
요즘 마음이 흔들리는 게 사실 직장 때문인지, 아니면 아주 오래된 짝사랑 비슷한 감정 때문인지 나조차도 정리가 안 된다. 상담사분한테 은근슬쩍 물어봤더니 상대방 사주를 대보라는데, 알 수가 있어야지. 그냥 ‘올해 가을쯤에 인연이 들어온다’는 말만 들었다. 이게 위로가 되는지, 아니면 또 다른 기대를 품게 해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오늘의 띠별 운세 같은 거나 보면서 ‘오늘은 소지품 조심하세요’ 같은 시시한 경고를 듣는 게 마음은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상담은 오히려 더 갈증을 유발하는 느낌이다.
어설픈 기대와 남겨진 찜찜함
통화를 끊고 나니 새벽 세 시가 다 되어 있었다. 방 안은 조용한데 머릿속은 더 시끄러워졌다. 3만 원 정도 썼으니 맛있는 거나 사 먹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상담 내용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괜히 달력에 표시해둔 일정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가을에 정말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도, 내가 너무 상황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게 아닌가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게 운세의 덫인가 싶다. 알고 싶어서 물어봤는데, 알고 나서도 답답한 이 기분은 대체 뭘까.
결국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오늘 아침에는 어제 상담 내용 따위는 까맣게 잊고 평소처럼 출근했다. 양띠인 친구가 오늘 운세가 좋다며 카톡을 보냈길래 대충 웃어넘겼다. 사실 운세라는 게 정말 내 인생을 결정짓는 게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너무 잘 아는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꾸만 ‘어쩌면 내일은 다를 거야’라는 기대를 놓지 못하는 것 같다. 전화 상담을 하고 나서 딱히 시원해진 건 없다. 그래도 그냥, 누군가한테 내 고민을 털어놓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오늘 하루는 좀 버텨보기로 한다. 물론, 다음 달 카드 명세서를 보면 아마 또 다른 의미로 후회하겠지만 말이다. 다시는 이런 거 안 해야지 싶으면서도, 또 마음이 흔들리는 밤이 오면 휴대폰을 찾게 될 것만 같다.
이런 건 정말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에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비슷한 유혹에 빠지곤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