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잠 설치다 스마트폰을 붙잡다
며칠 전 새벽 2시쯤이었나, 도저히 잠이 안 와서 뒤척이다가 휴대폰을 켰다. 평소라면 그냥 유튜브 쇼츠나 넘기며 시간을 죽였을 텐데, 그날따라 왜 그랬는지 사주 어플 하나를 새로 깔았다. 이름이 ‘타이트사주’였나. 사실 이런 거 예전에는 코웃음 치면서 넘겼는데,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으니 마음이 약해지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재미 삼아 해볼 만한 게 필요했던 건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사주책’ 몇 권 사서 낑낑대며 읽어보려다가, 복잡한 천간 지지 개념에 머리가 아파서 덮어버린 기억이 있다. 근데 확실히 어플은 편하긴 하더라. 생년월일이랑 태어난 시간만 딱 넣으면 알아서 결과가 나오니까 말이다.
2만 원 결제하고 본 재회자미두수
어플 안에 들어가니 무슨 ‘재회자미두수’라는 콘텐츠가 있길래 덜컥 결제를 했다. 대략 2만 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새벽의 판단력이란 참 무서운 거다. 결제 버튼 누를 때는 고민도 안 하더니, 막상 결과 창이 뜨니까 ‘아, 그냥 치킨이나 시켜 먹을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결과는 그냥 무난했다. 앞으로의 흐름이 어떻고, 현재 인간관계가 어쩌고 하는 내용인데 읽다 보니 괜히 찝찝한 구석이 하나 걸렸다. 용띠인 내 운세가 올해 좀 조심해야 할 구간이라나.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쓸 말인데, 새벽 감성이랑 합쳐지니까 ‘혹시 진짜 무슨 일 생기나?’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사주팔자보다 무거운 마음의 무게
내가 예전에 지인한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사주는 기분 안 좋을 때 보면 안 된다고. 그때는 그 말이 그냥 흘려듣는 소리 같았는데, 막상 겪어보니 딱 맞다. 어플이 알려주는 결과가 내 인생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확률과 통계, 아니면 그냥 알고리즘에 불과한데 왜 이리 여기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는 부부심리상담을 고민하는 친구를 옆에서 보기도 했는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문제 해결이 안 되면 어디든 기대고 싶어지나 보다. 시험 합격운이니 로또 사주니 하는 것들도 다 비슷한 심리겠지. 나도 로또 사주라고 해서 재미로 한번 눌러봤다가 생각보다 낮은 점수가 나오니까 갑자기 기분이 팍 상해서 어플을 꺼버렸다.
운세가 다가 아니라는 뻔한 생각
어플에 쏟은 2만 원은 그냥 수업료라고 치기로 했다. 액땜했다 치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사실 액땜이라는 것도 마음 편하자고 갖다 붙이는 말인 것 같다. 어떤 날은 오행 사주가 궁금해서 여기저기 검색도 해보고, 화 수 목 금 토가 몇 개씩 있는지 따져보며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했다. 92년생이면 한창 고민 많을 시기긴 하니까. 그래도 확실한 건, 어플에서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고 나가는 순간 그 찝찝함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거다. 길 가다가 괜히 발을 헛디디면 ‘아, 오늘 운세가 안 좋아서 그런가’ 싶고, 운 좋게 커피 쿠폰이라도 하나 당첨되면 ‘오, 역시 사주가 좀 맞나’ 하고 말이다.
남겨진 궁금증과 오늘 밤의 행방
오늘도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낮에는 회사 일 때문에 정신없이 바빠서 이런 고민을 다 잊고 살았는데, 또 밤이 오고 조용해지면 어플을 켜게 될지도 모르겠다. 16가지 MBTI로 보는 운세도 있길래 다음에는 그걸 한번 볼까 싶기도 하고. 사실 사주가 진짜 과학인지, 아니면 그냥 내 마음이 불안한 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읽었던 사주 내용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게 제일 좋겠다는 점이다. 결제한 콘텐츠 내용이 아직도 내 마이페이지에 남아있는데, 이걸 지워야 할지 아니면 그냥 두어야 할지 그것도 조금 고민이다. 당분간은 그냥 두는 걸로 해야겠다. 왠지 지우면 괜히 불안해질 것 같으니까.
어플 안에서 오행 사주를 따보면서 위안을 얻는 모습이 재밌네요. 저도 가끔 비슷한 행동을 할 때가 있어서 공감했어요.
운세 보는 게 그렇게 재밌을 줄은 몰랐네요. 저도 가끔 비슷한 경험 할 때가 있어서 공감됩니다.
사주 어플, 예전에도 비슷하게 해봤는데 천간 지지 때문에 금방 포기했었거든요. 지금은 훨씬 간편하긴 하네요.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결과가 나오는 게 좀 신기하네요. 복잡한 천간 지지 개념 때문에 예전에 사주책을 읽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