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가득한 화장실 꿈을 꾸고 나서 아침 내내 검색창을 뒤적거렸다

똥이 가득한 화장실 꿈을 꾸고 나서 아침 내내 검색창을 뒤적거렸다

아침 5시 반에 잠에서 깨어나 찝찝함과 기대감이 뒤섞였던 순간

진짜 어이가 없는 꿈이었다. 꿈속에서 내가 다니던 옛날 초등학교 화장실 같은 곳에 갔는데, 변기마다 똥이 넘쳐나다 못해 바닥에 흥건했다. 발 디딜 틈도 없고 냄새까지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꿈속에서도 찌푸리며 밖으로 도망치려다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아침 5시 30분이었다. 입안은 텁텁하고 온몸은 땀으로 끈적였는데, 정신이 들자마자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똥꿈’이 아닌가 싶었다. 보통 길몽이라고들 하고, 재물이 들어오는 징조라고 하니까 찝찝한 기분 한편으로 묘한 기대감이 생겼다. 이불 속에서 폰을 켜고 눈을 비벼가며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원래 꿈을 잘 꾸지도 않고 꾸더라도 금방 잊어버리는 편인데, 이번에는 묘하게 뇌리에 강하게 박혀서 그냥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데 머리는 온통 복권이나 횡재수 같은 단어로 가득 차 버렸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을 헤매며 겪은 정보의 과부하

막상 검색창에 ‘똥꿈해몽’이나 ‘무료꿈해몽’을 쳐보니 쓸데없는 광고 글이랑 정형화된 블로그 포스팅만 수백 개가 떴다. 어떤 글에서는 대변이 몸에 묻어야 진짜 길몽이라고 하고, 다른 글에서는 변기가 넘치는 걸 보기만 해도 재산이 불어나는 신호라고 했다. 그런데 또 어떤 해석을 보면 변기가 막혀서 똥이 역류하는 걸 답답하게 쳐다보고 있었다면 오히려 일이 막히는 흉몽이라는 소리도 있었다. 내가 꾼 꿈에서 나는 분명 불쾌해하며 도망치려 했으니 흉몽에 가까운 건가 싶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무료 정보들은 앞뒤 맥락이 다 다르고, 자기들 유리한 대로 써놓은 게 많아서 읽을수록 머리만 더 복잡해졌다. 결국 제대로 된 풀이를 보려면 유료 결제를 하거나 이상한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라는 유도 팝업만 잔뜩 떠서 몇 번이나 창을 닫아야 했다.

무료 꿈해몽 사이트들과 사주 도우미 서비스의 어설픈 해석들

광고 투성이 블로그들을 뒤로하고,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해석해 준다는 ‘무료사주풀이도우미’ 사이트와 모바일 앱인 ‘사주멘토’를 찾아 들어갔다. 그냥 단순히 꿈 키워드만 검색하는 네이버 지식인 같은 곳보다는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넣고 그날의 일진과 꿈의 내용을 조합해 보는 게 차라리 신빙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주 정보를 입력하고 꿈풀이 탭을 누르니, 무료로 제공되는 기본 풀이는 아주 뭉뚱그려져 있었다. “주변 사람과의 갈등을 주의하라”라거나 “가벼운 횡재수가 있을 수 있으나 지출도 늘어난다” 같은 애매한 문장들뿐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보려면 3,000원을 결제하라는 창이 떴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결국 소액 결제를 눌렀는데, 정작 나온 결과는 아까 무료로 읽었던 내용에서 미사여구만 몇 줄 추가된 수준이었다. 대단한 비책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겨우 돈 삼천 원 쓴 것 가지고도 속이 쓰렸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포털 카페에 글을 올려서 사람들한테 물어보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로또 판매점 앞에서 갑자기 찾아온 회의감

출근길에 회사 근처 지하철역 3번 출구 앞에 있는 복권 판매점에 들렀다. 아침부터 찝찝한 꿈을 꾸고 돈까지 써가며 해몽을 찾아봤으니, 5천 원짜리 로또 한 장이라도 안 사면 온종일 후회할 것 같았다. 판매점 앞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줄을 서서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다들 나와 비슷한 기대로 아침을 시작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습관적으로 사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대열에 껴서 지갑을 열었다. 지갑에서 만 원짜리를 꺼내며 5천 원어치 자동을 사고 나니 갑자기 헛웃음이 나왔다. 어릴 때 어른들이 똥꿈을 꾸면 무조건 복권을 사야 한다고 했던 기억이 머릿속에 지배적으로 남아 있어서 나도 모르게 이끌려 온 셈이다. 하지만 주머니에 복권을 넣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켜니, 꿈속의 냄새와 비주얼은 온데간데없고 업무 전화와 이메일만 쏟아졌다. 아침에 느꼈던 그 묘한 설렘은 현실의 피로감에 아주 빠르게 덮여버렸다.

해석은 제각각이고 결국 내 기분만 싱숭생숭하게 남은 하루

토요일 저녁이 되어 로또 추첨 결과를 확인했다. 맞춰보니 번호 두 개가 맞고 끝이었다. 결국 5천 원은 그냥 허공에 날아갔고, 꿈해몽 비용으로 썼던 3,000원까지 합쳐서 총 8,000원의 지출만 생긴 꼴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굳이 아침부터 그 난리를 치며 검색창을 뒤지고 사주 도우미 앱까지 받아 가며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었나 싶다. 똥이 나오는 꿈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꿈의 디테일에 따라 해석이 180도 달라진다는 것 자체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짜 맞추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저 전날 저녁에 먹은 야식이 속에서 얹혀서 그런 꿈을 꾼 것일지도 모른다. 괜히 헛된 기대감에 하루 동안 들떠서 일에 집중도 제대로 못 하고 신경만 쓰였다. 앞으로 또 이상한 꿈을 꾸게 되면 그때는 검색창부터 켜기보다 그냥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고 출근이나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진짜 요상한 꿈을 또 꾸면 나도 모르게 다시 폰을 들고 ‘무료꿈해몽’을 검색하고 있을 것 같아 스스로도 신뢰가 가질 않는다.

댓글 3
  • 생년월일 정보까지 넣고 분석하는 방식은 정말 신기하네요. 저는 꿈 해몽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아침에 깬 직후의 그 순간의 감정을 떠올리는 게 더 와닿더라고요.

  • 꿈에 똥이 넘쳐나다니, 진짜 끔찍하네요. 저는 똥꿈이 길몽이라면 엄청 기대했는데, 이번에는 완전 반대로 느껴서 더 당황스러웠어요.

  • 밤에 변기 냄새 너무 역겹게 느껴져서, 꿈 해몽 검색하면서 더 불쾌한 기분만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