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러운 호기심과 예약의 늪
친한 직장 동료가 요즘 무슨 일인지 부쩍 얼굴이 좋지 않았다. 그냥 기분 탓인가 싶었는데, 점심시간마다 자꾸 어디서 유명한 무당을 찾았다며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곤 했다. 광명 쪽에 신점 잘 보는 곳이 있다더라, 거기는 예약도 3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더라 하는 말들을 듣다 보니 묘하게 나도 마음이 흔들렸다. 사실 평소에 점집을 즐겨 찾는 편은 아닌데, 그날따라 회사 일이 정말 안 풀리던 시기였다. 동료가 알려준 곳은 전화 신점도 가능한 곳이었는데,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곳이라길래 호기심에 문자를 보냈다. 예약금 5만 원을 입금하라는 답장이 바로 왔고, 왠지 홀린 듯이 송금을 마쳤다. 요즘은 정말 세상이 좋아진 건지, 아니면 무서운 건지 모르겠다. 5만 원이면 치킨 두 마리 값인데, 그 돈을 보내면서도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었다.
광명까지 가려던 계획이 틀어진 이유
예약 당일 아침이었다. 약속 장소는 광명시 어느 골목이었는데,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한 번 더 갈아타야 했다. 시간 계산을 해보니 왕복 3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였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에서 급한 보고서가 터졌다. 상사는 다짜고짜 오후까지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했고, 나는 점집에 갈 생각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정신없이 메일을 쓰고 수치를 확인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예약 시간은 오후 3시였는데, 이미 5시가 넘은 상황이었다. 뒤늦게 문자로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나 싶었지만, 뭔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예약을 어기면 복채를 돌려받지 못한다는 안내 문구가 생각나서 괜히 더 씁쓸했다.
전화로라도 다시 해볼까 했던 마음
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 뒤에 다시 연락을 해볼까 고민했다. 얼굴을 직접 보고 하는 신점은 못 갔지만, 전화로라도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전화를 걸려니 왠지 찜찜했다. 만약 정말 용한 사람이라면 내가 못 간 것도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내가 이미 무속의 세계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증거 같아서 스스로가 좀 우스워졌다. 결국 전화기를 내려놓고 그냥 평소 보던 무료 사주 앱을 켰다. 거기서는 오늘 운세가 ‘재물을 잃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나와 있었다. 이미 5만 원을 날린 뒤였는데, 그 문구를 보고 나니 기분이 더 묘했다. 이게 맞는 건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인지 여전히 모르겠다.
비슷한 경험을 겪은 동료와의 대화
나중에 동료에게 슬쩍 물어봤다. 너는 결국 그 광명 점집에 다녀왔냐고. 동료는 다녀왔다고 했다. 가서 뭘 물어봤냐니까 그냥 뻔한 소리를 들었단다. ‘직장 운이 안 좋으니 이직하지 말고 버티라’는 말을 들었다는데,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오히려 더 답답해졌다고 했다.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돈을 날리고 안 가길 잘했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서 내 운이라도 들어볼 걸 그랬나 하는 미련이 섞인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우리는 결국 점집에 대해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신점이라는 게 사실 답을 얻으러 가는 게 아니라, 그냥 누군가 내 마음을 좀 알아주길 바라는 심정에서 시작되는 건 아닐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들
지금도 가끔 퇴근길 지하철에서 광명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보면 그날 날린 예약금이 생각난다. 5만 원이라는 돈이 큰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넘길 금액도 아니다. 무속인들이 말하는 운명이나 신점이라는 것이 정말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힘인지, 아니면 불안한 사람들의 심리를 읽어내는 기술인지 가끔 궁금하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성지순례니 뭐니 하면서 맞췄다는 간증 글들이 가득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음에는 정말 마음이 너무 힘들 때 무작정 찾아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이 보고서나 제대로 끝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세상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운세 앱에서 '재물 손실' 경고를 보니, 그날의 찜찜함이 다시 떠오르네요. 마음이 답답했던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전화 신점 후 운세 앱이 ‘재물 손실’을 알려주는 걸 보니까, 괜히 돈 주고도 미래를 바꾸려는 심리가 더 크게 느껴지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