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진짜 이유 없이 마음이 붕 뜬 기분이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사람들 틈에 끼어 가는데, 딱히 큰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내년이나 내후년쯤의 내 모습이 너무 막막하게 느껴지는 거다. 뭐, 다들 살면서 한 번쯤은 이런 순간이 있지 않나. 집에 도착해서 씻고 나오니 밤 10시가 넘었고,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멍하니 들여다보다가 평소엔 쳐다보지도 않던 사주 앱을 괜히 켰다. 예전엔 그냥 재미로 봤는데, 요즘은 뭔가 내 선택이 맞는지 확인받고 싶은 이상한 심리가 생긴 것 같다.
앱에서 만 원을 결제하고 말았다
무료로 보는 운세는 너무 뻔한 소리만 하니까, 이번엔 좀 제대로 된 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제창이 뜨는데 9,900원이라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커피 두세 잔 값이면 적당한 건가 싶어서 고민하다가 그냥 쓱 결제를 해버렸다. 앱 이름은 기억도 잘 안 나는데, 뭐 ‘인기순위 1위’라고 홍보하던 것 같았다. 생년월일이랑 태어난 시간을 입력하고 나니 무슨 데이터베이스가 돌아가는지 로딩 화면이 꽤 길게 이어졌다. 한 3분 정도 기다렸나.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괜한 짓을 하나 싶어서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애정운보다 직장운에 눈이 먼저 갔다
결과지가 텍스트로 쭉 내려오는데, 이상하게도 나도 모르게 애정운부터 찾게 되더라. 지금 딱히 사귀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결과는 영 시원찮았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바로 알지 못하면 줄 수 없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지금 내 옆에 아무도 없는데 누구한테 주라는 건지, 읽으면서도 살짝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눈을 좀 내려서 직장운 쪽을 봤다. ‘올해 하반기에는 이동수가 있으나 신중해야 한다’는 식의 뻔한 조언이 있었다. 사실 나도 지금 이직을 할지 말지 고민 중인데, 앱은 내가 고민하는 포인트를 정확히 집어내는 것 같으면서도 또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했다.
20분 넘게 들여다본 허무함
그 긴 글을 한 자 한 자 읽으면서 거의 20분을 넘게 썼다. 읽고 나니 남는 게 뭐가 있나 싶다. 그냥 기분이 조금 묘해졌을 뿐이다. 어떤 날은 이렇게 운세에 기대어 내 삶의 방향을 찾으려 하지만, 사실 답은 정해져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내일 당장 사표를 낼지 아니면 그냥 버틸지는 운세 앱이 아니라 내 통장 잔고가 결정하는 문제니까. 화면을 끄고 나니 방 안이 갑자기 너무 조용해져서 다시 휴대폰을 켰다. 유튜브라도 볼까 하다가 그냥 눈을 감았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들
사실 사주를 보고 나면 뭔가 속이 시원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궁금한 것만 늘어났다. ‘이동수가 있다’는 게 진짜 이직을 하라는 뜻인지, 아니면 그냥 부서 이동 정도를 의미하는 건지, 아니면 아예 회사를 관두고 쉬라는 건지 해석하기 나름이지 않나. 누군가 옆에서 제대로 사주를 봐준다면 좀 다를까 싶기도 하다. 예전에 길 가다가 본 철학관에서는 5만 원 정도 부르던데, 그 돈 내고 가서도 이렇게 답답한 소리만 듣고 오는 건 아닐까 싶어 선뜻 가기가 어렵다. 어쨌든 오늘 밤은 이 찜찜한 기분을 안고 잠들어야 할 것 같다. 운세라는 게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건지 잘 모르겠다.
이동수라는 단어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특히 이직 상황에 적용했을 때 더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데이터베이스 로딩 시간 때문에 답답한 마음 더 커진 것 같아요. 제가 비슷한 경험 전에 시간 죽이려고 다른 앱을 계속 켰다가 더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거든요.
이런 기분, 정말 공감돼요. 제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한숨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