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퇴근하고 침대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답답한 마음에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요즘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자꾸 안 좋은 생각만 꼬리를 무는 게, 이게 그냥 내 심리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진짜 뭐가 씌었나 싶은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예전에 부천점집이 용하다는 소리를 듣고 직접 찾아가려다가도, 막상 그 골목 들어가서 깃발 걸린 집 앞에 서면 심장이 쿵 내려앉을 것 같아 포기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결국 찾은 게 전화 신점이다.
15만원이라는 돈을 입금하고 느낀 묘한 긴장감
인터넷 뒤져보니 이름 좀 있다 하는 곳들은 기본이 10만원에서 15만원 사이였다. 사실 적은 돈도 아닌데,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 돈을 보내는 게 맞나 싶어 한참을 망설였다. 그런데 예약금을 넣으라는 문자를 받고 나니 왠지 모르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기분이 들었다. 보통은 직접 가서 분위기에 압도당하며 듣는 맛이라도 있다는데, 나는 집 안방에서 이어폰 끼고 목소리만 듣는 거니까 이게 제대로 된 점사가 맞을지 불안함이 가시질 않았다.
막상 전화가 연결되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 전화가 왔다. 상대방은 내가 뭐 묻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보는데, 막상 그 타이밍이 되니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사실 미리 질문 리스트도 적어두긴 했는데, 막상 무당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를 들으니 준비한 내용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예전에 TV에서 보던 것처럼 막 호통을 치거나 신비한 분위기를 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너무 일상적인 말투로 받아서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지금 직장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으시네’라는 첫 마디에 나도 모르게 ‘네…’라고 답하고는 그 뒤로 계속 듣기만 했던 것 같다.
집 안방에서 겪는 기묘한 경험의 실체
통화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였던 것 같다. 내 생년월일시를 대고 나니 중간중간 뜸을 들이는데, 그 정적 속에서 들리는 내 방 시계 초침 소리가 왜 이렇게 크게 들리던지. 전주나 광명 쪽에 유명한 곳들은 예약이 꽉 차서 몇 달씩 기다려야 한다던데, 이렇게 전화로 뚝딱 해결하는 게 진짜 운명을 점치는 건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가끔은 ‘이 사람이 진짜 내 상황을 아는 걸까, 아니면 그냥 내 말투에서 유추하는 걸까’ 하는 의심이 계속 올라와서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하고 나니 뭔가 찝찝하게 남은 기분
전화를 끊고 나니 머리가 맑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올해 하반기에는 이동수가 보인다’는 뻔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게 정말 내 운명인지 아니면 내가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 헷갈렸다. 돈은 이미 보냈고, 궁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은데 딱히 마음이 편해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가 이런 걸 왜 하고 있나 싶어서 허탈한 마음이 더 컸다. 다시는 안 봐야지 하면서도, 다음번에 또 힘든 일이 생기면 핸드폰 주소록에서 점집 번호를 다시 뒤적거리고 있을 것 같은 내 모습이 상상되어 그게 제일 무서운 것 같다.
전화로 신점을 보면서 묘한 긴장감을 느끼는 게, 뭔가 좀 낯설고 불안한 감정 때문인 것 같아요. 옛날에 직접 점집에 가는 게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전화 연결되는 순간, 무당의 목소리만 들려오니 질문했던 내용이 기억이 잘 안 나는 게 신기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