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보니 다시 깔게 된 운세 앱
솔직히 말하면 나는 원래 이런 걸 맹신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습관적으로 뉴스 체크하듯 별자리 운세 한 줄 읽고 지나가는 정도? 근데 요새는 좀 상황이 다르다. 일이 마음대로 풀리는 게 하나도 없고, 사람 관계도 은근히 꼬이는 기분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무료 사주 앱을 몇 개나 내려받았다. 앱 스토어에 ‘무료사주’라고 검색해서 상단에 뜨는 거 세 개 정도 설치했는데, 다들 하는 말이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달라서 오히려 더 헷갈린다.
한 앱에서는 오늘이 아주 좋은 날이라고 하고, 다른 앱에서는 조심하라고 하니 대체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어제는 지하철 타고 가다가 서면역 근처에 있는 사주 잘 보는 곳이라는 간판을 보고 홀린 듯이 멈춰 서기도 했다. 한 번쯤 제대로 돈 내고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막상 들어가려니까 예약제인지 앞에 사람들이 꽤 대기하고 있어서 그냥 발길을 돌렸다. 사실 가격이 얼마인지도 안 적혀 있어서 괜히 들어갔다가 비싸게 부르면 어쩌나 하는 소심한 마음도 있었다. 한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 하려나?
물고기자리는 원래 좀 이런 건가
내 별자리가 물고기자리인데, 요즘 운세를 보면 꼭 ‘엉키고 설킨 가운데 정신없는 날을 보낸다’는 식의 말이 자주 나온다. 어제 읽은 글귀에는 ‘I TRANSCEND(나는 초월한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던데, 솔직히 현실의 나는 초월은커녕 당장 눈앞에 닥친 마감이나 신경 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행운의 아이템이라길래 카페에 들러서 한 잔 사 마셨는데, 그걸 마신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더라. 그냥 평소에 마시는 음료인데 왠지 그날따라 더 차갑게 느껴지는 기분?
양자리 친구랑 어제 잠깐 연락을 했는데, 걔는 운세 같은 거 아예 안 본다고 하더라. 내가 오늘 운세가 이렇더라 저렇더라 말하니까 그냥 웃고 넘긴다. 나만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아서 약간 민망하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이런 거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싶어서 스스로가 좀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냥 잊고 살면 마음 편할 텐데, 폰을 켜면 자꾸 알림이 울리니까 무시하기가 어렵다.
타로 카드를 직접 사야 하나 고민까지
심지어는 어젯밤에 쇼핑 사이트에서 타로 카드 세트를 검색해보기까지 했다. 입문용으로 나온 것들은 2만 원 내외면 사는 것 같던데, 그걸 산다고 내가 내 점을 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냥 예쁜 그림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미래가 궁금한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리뷰를 보니까 어떤 사람은 카드를 섞을 때 잡념이 사라져서 좋다고 하던데, 나도 그런 게 필요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회사 다니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좀 심해지니까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말이 운세 글귀에 자주 보이던데, 진짜 그런 건지 요즘 들어 자꾸 몸이 찌뿌둥하고 잠도 잘 안 온다. 오늘 점심에는 수박을 먹으라고 하던데, 퇴근길에 마트 가서 수박 한 통이나 사갈까 싶다. 무거울 텐데 그냥 조각으로 된 거 사는 게 낫겠지? 이런 사소한 것들로 하루의 행운을 점쳐보려는 내가 참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론 좀 슬프기도 하다.
오행 분석이라도 받으면 마음이 편할까
무료 사주 풀이 사이트 들어가서 내 생년월일 넣고 오행 분석을 해봤는데, 결과가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가 힘들다. 목이 어쩌고 화가 어쩌고 하는데, 한자로 적힌 표를 보고 있자니 공부를 하는 건지 점을 보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냥 ‘당신은 이런 운을 타고났습니다’라고 명확하게 딱 말해주는 게 차라리 나을 텐데, 다들 뭉뚱그려서 좋은 말만 늘어놓거나 아니면 너무 겁을 주는 것 같아서 신뢰가 잘 안 간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별자리 앱으로 돌아온다. 물병자리 운세도 궁금해서 슬쩍 봤는데, 내 운세보다는 조금 더 낙관적인 느낌이라서 괜히 부러워진다.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걸까? 오늘 저녁은 그냥 일찍 들어가서 씻고 푹 자는 게 최고의 운세일지도 모르겠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똑같은 운세 알림을 보겠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무덤덤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 이렇게 매달리고 있는지. 그래도 당분간은 앱을 삭제하지는 못할 것 같다.
오행 분석 결과가 너무 복잡하게 나오더라고요. 저는 좀 더 명확하게 ‘당신은 이런 운을 타고났습니다’라고 알려주면 좋겠어요.
수박 조각으로 사면 가볍게 먹기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가끔 그런 사소한 행동을 할 때, 스스로가 좀 웃겨요.
오행 분석 결과가 복잡한 건 진짜 답답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앱 삭제하고 그냥 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