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충동적으로 결제해버린 사주 상담
며칠 전 새벽에 갑자기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핸드폰을 뒤적거리다가 홍카페 앱을 켰다. 사실 예전에도 몇 번 이용해본 적은 있는데, 이번에는 유독 마음이 복잡했다. 이것저것 보다가 ‘프로소울’이라는 상담사가 눈에 들어왔다. 후기가 꽤 많은 편이었는데, 다들 하나같이 너무 똑떨어지게 맞췄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어서 홀린 듯이 결제 버튼을 눌렀다. 상담 비용이 3만 원대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 판단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다. 사실 그 돈이면 치킨 한 마리 시켜 먹는 게 더 남는 장사였을 텐데, 당시에는 그 3만 원이 내 미래를 조금은 밝혀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5분의 통화가 남긴 알 수 없는 찝찝함
예약을 잡고 기다리는 30분 동안 괜히 했나 싶어서 심장이 쿵쿵거렸다. 상담사와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들리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하고 건조했다. 나는 내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빠르게 읊었다. 전화를 건 사람들은 다들 비슷하겠지만, 내가 말하지 않은 나의 성격이나 요즘 겪고 있는 고민들을 족집게처럼 말해주길 바랐던 것 같다. 상담사는 내 사주가 전반적으로 ‘물’이 부족하다고 했다. 물이 부족하면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솔직히 중간부터는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안 갔다. 그래도 중간중간 ‘직장 이동수가 있다’거나 ‘인간관계에서 조금 힘든 시기다’라는 말에는 나도 모르게 ‘네, 맞아요’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사실 누구나 살면서 겪는 그런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한데, 밤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그 말이 꽤 진지하게 들렸다.
상담이 끝난 뒤에 남은 것들
상담 시간은 대략 15분 정도였다. 15분 만에 내 인생의 갈피를 잡으려고 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다.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시원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특히 상담사가 나중에 ‘이직 고민이 있으면 지금은 조금 참는 게 좋다’고 했는데, 이게 정말 내 사주를 보고 하는 말인지, 아니면 그냥 상담사들이 으레 하는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 친구랑 갔던 타로 점집에서는 훨씬 더 구체적으로 말해줬던 것 같은데, 전화로 사주를 보니 눈을 보고 대화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끝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그날 밤은 결국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사주에 대한 의구심
주변 친구들은 홍카페 같은 곳에서 상담받고 나서 기분 전환이 됐다고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찝찝한지 모르겠다. 3만 원을 쓰고 나서 ‘사주는 결국 재미로 보는 거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계속해서 상담사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물이 부족하니 검은색 옷을 자주 입으라’는 말도 영 마음에 걸린다. 당장 내일 옷장부터 열어서 검은색 티셔츠가 있는지 찾아봐야 하나 싶기도 하고. 사실 사주가 과학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또 신경 쓰이는 게 사람 마음인 것 같다. 나중에 또 이런 고민이 생기면 결국 다시 앱을 켜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것 같아서 그게 더 무섭다. 어차피 이직을 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일인데 말이다.
해결되지 않은 고민의 잔상
지금도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을 보면 그때 통화 기록이 남아있다. 다시 전화를 걸어 더 자세히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다른 상담사에게 똑같은 질문을 또 던지기에는 돈이 아깝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을 걸 그랬나 싶다가도, 그래도 상담사가 내 인생을 좀 진지하게 들어준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은데, 이게 정말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건지, 아니면 일시적인 마취제 같은 건지 잘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여전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검은색 옷을 입어보려다가 예전에 남는 티셔츠만 발견했네요. 상담사의 말처럼 운이 좋으면 진짜 바뀌나요?
사주 결과에 나온 '물 부족' 이야기, 혹시 어떤 면에서 자신을 그렇게 느꼈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