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우고 나서 홧김에 검색해 본 인터넷 궁합
얼마 전에 사소한 일로 크게 다퉜다. 정말 별것도 아닌 문제였는데, 말이 꼬이고 꼬이다 보니 서로 감정만 상해서 주말 내내 연락을 안 했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다가 갑자기 우리가 정말 안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사주니 궁합이니 하는 걸 믿지도 않고 돈 아깝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날 밤은 유독 마음이 복잡해서 뭐라도 확인해보고 싶었다. 새벽 2시쯤 스마트폰으로 궁합보기를 검색창에 쳐봤다. 화면에 수많은 광고와 인터넷사주 사이트들이 떴는데, 그중에서 후기가 적당히 있고 너무 허접해 보이지 않는 명리데이터라는 신점 및 사주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만 넣으면 바로 분석해 준다길래 홀린 듯이 터치를 시작했다. 사실 태어난 시간도 정확히 몰라서 엄마한테 카톡으로 물어볼까 하다가 새벽이라 그냥 대충 대략적인 시간으로 입력해 버렸다. 이때부터 뭔가 엉성한 시작이었던 것 같다.
홍대 타로 숍과 비교해보니 저렴했던 온라인 복채
예전에 친구들이랑 홍대 앞 타로거리 골목에 있는 사주 천막에 들어갔을 때는 기본 궁합을 보는 데 5만 원을 달라고 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20분 정도 대충 이야기해 주고 끝나는 거라 돈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내가 들어간 인터넷 신점사이트에서는 1회 분석 비용이 15,000원 정도로 책정되어 있었다. 오프라인 매장의 반값도 안 되는 수준이라 이 정도면 그냥 속는 셈 치고 한 번 결제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제 창에 카드 정보를 입력하면서도 내가 지금 밤중에 뭐 하고 있나 싶었지만, 결제 완료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는 묘한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 요즘은 이런 인터넷 서비스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굳이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긴 했다. 다만 대면해서 묻고 답하는 게 아니다 보니 제대로 된 분석이 나올지 의문은 남았다.
메일함으로 날아온 감정서의 모호한 문장들
보통 이런 사이트는 결제 즉시 결과가 나오는 자동 생성형인 줄 알았는데, 사주대운 흐름과 함께 엮어서 풀이를 해준다는 문구 때문인지 분석 결과가 이메일로 발송되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다음 날 저녁 퇴근길에 메일함을 열어보니 PDF 파일로 된 결과서가 도착해 있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파일을 열었는데, 서두부터 한자가 가득하고 무슨 살이니 무슨 격이니 하는 전문 용어가 나열되어 있어서 읽기가 피곤했다. 정작 내가 궁금했던 우리가 진짜 잘 맞는지, 왜 맨날 싸우는지에 대한 대답은 뒤쪽에 아주 찔끔 나와 있었다. 요약하자면 둘 다 고집이 세서 부딪히지만 속정은 깊다는 식의 뻔한 이야기였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적당히 뭉뚱그린 조언 같아서 맥이 탁 풀렸다. 이럴 거면 굳이 하루 동안 기다리면서 메일을 기다릴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했다.
질문 추가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의 찜찜함
풀이를 읽다 보니 답답한 부분이 생겨서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싶었다. 내년에 결혼을 고민 중인데 괜찮을까요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입력하려고 하니, 추가 질문은 건당 10,000원의 비용을 내야 상담사가 직접 답변을 해준다는 안내 팝업이 떴다. 처음엔 15,000원에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결국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으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구조였다. 인터넷 카페 같은 곳을 찾아보니 원래 이런 신점사이트나 사주 어플들이 미끼 상품처럼 저렴하게 기본 풀이를 제공하고, 진짜 궁금한 질문은 추가 요금을 받으며 수익을 올린다고 하더라. 돈을 더 내고 물어볼까 하다가도, 또 뻔한 대답이 돌아올 것 같아서 그냥 창을 닫아버렸다. 애초에 내 생년월일 시각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질문을 해봤자 얼마나 정확하겠나 하는 자기합리화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결국 관계 개선에는 별 쓸모가 없었던 분석 결과
며칠 뒤에 남자친구랑 자연스럽게 연락이 닿았고, 밥을 먹으면서 화해했다. 막상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니 왜 그렇게 싸웠는지 허무할 정도로 쉽게 풀렸다. 내가 인터넷으로 궁합보기 결제를 하고 메일로 결과까지 받아봤다는 이야기는 차마 부끄러워서 꺼내지 못했다. 내 메일함 한구석에 남아 있는 그 PDF 파일은 이제 다시 열어볼 일도 없을 것 같다. 결국 마음이 불안할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결제하는 게 이런 사주 서비스인 듯하다. 사주대운이 어떻든 간에 당장 눈앞의 사람과 대화로 푸는 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는 걸 알면서도, 다음번에 또 심각하게 싸우면 나도 모르게 다른 신점사이트를 뒤적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그 분석서에 적혀 있던 토 기운이 부족하여 서로를 밀어낸다는 말이 가끔 생각나서 찝찝하긴 하지만 말이다.
하루 지연 때문에 뭔가 더 깊이 생각해보게 만들긴 했네요. 솔직히 저도 이런 건 빨리 받고 싶어하는 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