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퇴근하고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진짜 할 일이 너무 없는 거다. 멍하니 광고판이나 보다가 문득 요즘 사주 앱이 그렇게 잘 나온다던 말이 생각났다. 예전에는 동네 철학관이나 가야 겨우 한 번 들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앱스토어만 들어가면 무료로 사주를 볼 수 있다니 세상이 정말 좋아진 건지 아니면 내 개인정보가 어디로 흘러가는 건지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점신’이랑 ‘포스텔러’를 연달아 설치했다.
무료라는 말에 홀려 다운받은 앱들
두 앱을 다 깔고 생년월일이랑 태어난 시간을 입력했다. 태어난 시간은 엄마한테 급하게 카톡을 보내서 확인했는데, 밤 11시 30분인가 12시 30분인가 헷갈려서 애를 좀 먹었다. 이런 사소한 것부터가 사실 정확하지 않은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신은 확실히 설명이 쉽다. ‘입문자용’이라는 수식어가 왜 붙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프로 이번 달 운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여주는데, 그 그래프가 뭐라고 그걸 보고 나니 마음이 좀 놓이는 것 같기도 하고. 포스텔러는 디자인이 훨씬 예쁘다. 타로랑 별자리까지 같이 보여주니까 뭔가 더 다채로운 느낌인데, 사실 공짜로 보는 것들은 딱 맛보기 정도라 결정적인 순간에 ‘결제’ 버튼이 튀어나오면 맥이 툭 끊긴다.
990원의 유혹과 찜찜함
중간에 ‘사주아이’ 같은 곳은 990원만 내면 자세히 알려준다고 해서 혹했다. 990원이면 커피값도 안 되니까 그냥 한번 해볼까 하다가도, 이게 시작인가 싶어서 참았다. 예전에 뉴스에서 사주 봐준다는 핑계로 주식 투자를 유도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괜히 찜찜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실제로 43년 차 명리학자가 만들었다는 곳도 찾아봤는데, 확실히 AI가 뱉어내는 그럴듯한 문장들이랑은 느낌이 좀 달랐다. 뭐랄까, 훨씬 딱딱하지만 뭔가 근거가 있는 느낌? 그래도 나는 그냥 퇴근길 심심풀이가 목적이었으니까 깊게 파고들지는 않기로 했다.
생각보다 더 큰 위안이 되는 건 사실이라
사실 사주가 과학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도 힘든 시기가 오면 나도 모르게 앱을 켜게 된다. ‘재물운이 좋다’라거나 ‘올해는 이동수가 있다’ 같은 뻔한 말들인데, 막상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친구랑 궁합도 한번 맞춰봤는데, 83년생 남자랑 88년생 여자가 어쩌고 하면서 나오는 결과들을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났다. 정작 서로 사이가 안 좋아서 확인해본 건데, 결과는 ‘서로의 오행이 부족함을 채워준다’는 식으로 나오니까 이게 맞는 건지 틀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사주를 보는 이유는 정해진 미래를 알고 싶어서라기보다, 지금 내가 겪는 불안함을 누군가(혹은 무언가)가 대신 정리해주길 바라는 마음인 것 같다.
제천 비행장이나 철학관의 기억
문득 예전에 제천 비행장에 눈썰매 타러 갔다가 보호자들 대상으로 무료 사주를 봐주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밖에서 추위에 떨면서 보는 거라 제대로 된 해석은커녕 그냥 덕담 수준이었는데, 오히려 그게 더 기억에 남는다. 앱으로 보는 건 편하긴 한데, 가끔은 지성철학원 같은 곳에 가서 앉아있던 그 냄새나 분위기가 그립기도 하다. 돈을 내고 직접 얼굴을 보고 들으면 더 실감이 났을까.
결국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밤
핸드폰 배터리가 20% 남았다는 알림이 떴다. 아침부터 폰을 붙잡고 살았더니 눈도 침침하고 목도 뻐근하다. 운세 몇 줄 읽었다고 내일 당장 큰일이 벌어질 것도 아닌데, 괜히 오늘 하루를 운세 결과에 맞춰 해석해보려고 애쓴 것 같다. 다 보고 나니 좀 허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묘하게 차분해지기도 한다.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본 ‘이달의 운세’가 맞는지 확인이나 해봐야겠다. 앱을 지울지 말지 고민하다가, 일단은 폴더 구석에 넣어두기로 했다. 나중에 또 마음이 흔들리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생년월일 입력하는 순간부터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시간까지 정확히 맞춰보려 애쓰는 게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밤 12시 30분인지 11시 30분인지 확인하느라 꽤 답답했네요. 정확한 시간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달았어요.